꿈의 KS와 가까워지는 강민호가 오승환 이름을 꺼낸 사연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통산 최다’라는 이름의 기록을 여럿 갖고 있다. 가장 먼저 내세울 만한 금자탑은 최다출전 신기록. 역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369경기를 뛰었다. 2위 최정(37·SSG 랜더스)의 2283경기, 3위 박용택(45·은퇴)의 2237경기를 앞지르며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포수 최다홈런 기록도 강민호의 소유다. 지난해 314홈런의 박경완(52·은퇴)을 뛰어넘어 새 역사를 썼고, 올해 19개의 아치를 추가해 통산 338홈런으로 거포 안방마님의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강민호에겐 ‘불명예 최다’ 타이틀도 하나 있다. 바로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한 선수라는 수식어다.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전한 야수들 가운데 아직 한국시리즈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는 강민호와 2058경기의 손아섭(36·NC 다이노스)뿐이다.

2004년 데뷔한 강민호가 마침내 20년의 한(恨)을 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삼성이 지난 13일과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2차전에서 연달아 LG 트윈스를 제압하며 한국시리즈(7전 4승제)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LG를 10-4로 꺾은 삼성은 2차전에서도 홈런 5방을 엮어 10-5 완승을 거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KIA 타이거즈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까지 1승만을 남긴 삼성과 남은 경기를 모두 잡아야 하는 L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3차전을 벌인다.

2차전이 끝난 뒤 만난 강민호는 “선수들이 자기 몫을 잘 해주고 있다. 마운드가 경기 초반 실점을 최소화하는 사이 타선에서 빨리 점수를 뽑아주면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고 웃었다. 이어 “2연승을 해서인지 벤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흐름을 탄 점이 고무적이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포철공고를 나온 강민호는 2004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입단 초기부터 장타력을 지닌 포수로 주목받았고, 타고난 스타성이 더해져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06년 롯데의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뒤로는 더욱 승승장구했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처음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이후에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수차례 경험했다. 2018년 삼성 이적 후에는 2021년과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며 포스트시즌 경력을 늘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강민호는 “아직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면서도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절호의 찬스가 온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 빨리 3차전을 잡고 여유롭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코너 시볼드(28·미국)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빠지고, 백정현(37)이 손가락 골절로 이탈했다. 또,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42)마저 구위 난조로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대니 레예스(28·도미니카공화국)와 원태인(24)이 마운드를 지키면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았다.

투수진을 이끌고 있는 강민호는 “안 그래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오)승환이 형에게 약속을 했다. 이번 시리즈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선 꼭 같이 하게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형에게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안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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